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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어느 가족>으로 본 가족의 의미 (사회문제, 영화분석)

by lulunezip 2026.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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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는 종종 사회의 단면을 섬세하고 조용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테마는 일본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작인 어느 가족은 가족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느 가족을 중심으로 현대 일본사회 속 가족의 의미를 되짚고,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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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 가족>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 어느 가족의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8년작 어느 가족(万引き家族, Shoplifters)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지만, 알고 보면 이 가족은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닌 '선택된 관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도쿄의 하층민 가족이 생계를 위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사회의 음지에 가려진 이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속 가족은 조부모-부모-자녀로 구성된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모두 남남입니다. 이 설정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는 관계가 과연 진짜 가족이 아닐까? 감독은 이 질문을 관객에게 조용히 던지며, 현대사회에서 점점 붕괴되는 전통적 가족관계의 실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관조적인 시선은 인물들의 삶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카메라를 통해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게 하고, 관객 스스로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유도합니다. 어느 가족은 가정의 해체, 사회복지 사각지대, 아동 학대와 같은 무거운 사회문제를 담담하게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따뜻함과 인간애를 전달하는 희귀한 작품입니다.

 

일본사회가 만든 ‘가족의 해체’

어느 가족이 보여주는 가족은 일본사회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는 '비정형 가족'의 한 단면입니다. 일본은 고령화, 비혼 증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대안 가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제도권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 방식을 통해 일본의 사회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주거 불안, 일자리 부족, 복지제도 접근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이처럼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며 살아가는 모습은, 제도권이 포착하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또한, 아동복지에 대한 문제도 영화의 주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소녀 ‘린’은 학대받는 환경에서 벗어나 비혈연 가족에게 보호받지만, 법적으로는 유괴로 간주됩니다. 이 설정은 ‘가족의 보호’와 ‘법의 보호’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부분으로, 관객에게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처럼 어느 가족은 일본 사회가 가진 복합적인 문제를 가족이라는 틀을 통해 풀어냅니다. 이는 단순한 영화 이상의 사회적 발언이며, 제도 밖의 가족 형태도 그 나름대로의 정당성과 진정성을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족의 본질에 대한 고찰

어느 가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법적으로 인정된 가족 관계가 아니라도, 서로를 생각하고 돌보는 관계라면 그 자체로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요? 감독은 정답을 주지 않지만, 영화 전반을 통해 가족의 본질은 ‘사랑’과 ‘돌봄’에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진짜 요소가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전통적인 도덕 기준을 흔들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게 만듭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양면성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좋은 가족’, ‘나쁜 가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또한,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타리의 개념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속 가족은 모두가 상처를 안고 있으며, 그 상처를 공유하고 감싸주면서 가족으로서의 유대를 만들어 갑니다. 이는 요즘 사회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심리적 가족’ 또는 ‘선택적 가족’의 형태와 맞닿아 있으며, 관객에게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가족상을 제시합니다.

어느 가족은 단순한 일본 가족영화를 넘어, 현대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피보다 진한 정, 법보다 앞선 마음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정의를 제시합니다. 이 영화는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제도와 감정의 충돌을 통해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지금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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